줄거리

 

그들의 마음은 붉은 사막의 먼지처럼 덧없이 흩날리고 있었다 인간의 존재 따위는 아주 작은 먼지처럼 느껴지게 하는 미국 아리조나주의 광활한 사막. 목적 없는 여행을 계속하는 일본인 히치하이커 텟페이는 고장난 차에서 생활하는 파키스탄인 알리와 만난다. 사라진 아내를 찾기 위해 미국에 온 알리는 차의 수리를 도와준 답례로 텟페이를 태워주지만, 곧 차는 완전히 부서져 버리고, 걸어가던 두 사람은 우연히 위험에 빠진 미국인 여성 사라를 구해주게 되는데… 나도 당신처럼 자유롭게 여행하고 싶어! 알코올중독 아버지와 트레일러촌에서 살고 있는 사라의 삶도 행복하진 않다. 마음 편히 머물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 세 사람 사이에는 기묘한 우정이 움트고, 그렇게 세 사람의 여행이 시작된다. 하지만, 비상식적인 조합의 세 사람을 둘러싼 주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고, 여행이 계속될수록 사라의 마음은 텟페이에게 끌린다. 결국, 사라는 함께 여행을 계속하고 싶다는 말을 꺼내는데….

 

[Review]
“투명한 아름다움을 가진 영화” - 러셀 에드워즈 ‘버라이어티’
“신비한 신화적 공간 모뉴먼트 밸리, 그 안에서 인간 존재의 메타포가 떠오른다.” - 알렉 산드라자이츠 ‘TIP 베를린 매거진
“올해 베를린영화제 포럼부문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작품” - 앙케 슈테르네보르크 ‘남독일 일보’

[Production Note]
미국 독립영화를 이끌어 가는 두 거장, 짐 자무쉬와 할 하틀리의 자취를 쫓다!
2005년 1월 5일, 아리조나주 피닉스 근교에서 촬영이 시작되었다. 사막의 한가운데 막연하게 존재하는 피닉스, 시내에서 차로 1시간을 달려가면 서부극에 등장할 것 같은 사막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제작진은 매일 아침 피닉스 시내에서 출발, 교외로부터 시내에 들어오는 차량의 홍수를 옆으로 하고 사막으로 향했다. 비 내리는 일이 거의 없는 사막의 도시 피닉스. 아리조나 촬영의 전문가로 유명한 조감독 코니 호이는 <미스테리 트레인> <데드맨> 등 짐 자무쉬가 서부에서 촬영할 때 반드시 같이한다고 전해지는 실력가이다. 오다기리 죠가 가장 좋아한다고 공언하는 영화감독 역시 짐 자무쉬. 그의 공감각적인 공간을 좋아한다는 오다기리에게 영화의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에서의 촬영은 흥분 그 자체였다. 실제로 <빅 리버>에 등장하는 유령마을을 촬영한 카우타운이 그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데드맨>의 로케이션 장소였다는 사실을 알게된 오다기리 죠는 그곳을 카메라에 담아갔다고 한다. 후반작업은 뉴욕에서 이루어졌다. 편집은 짐 자무쉬의 계승자라 일컬어지는 할 하틀리 감독의 작품을 편집한 스티브 해밀턴. 그리고 감정의 기호를 음표로 표현하는 재능의 소유자, 폴란드 출신의 신성 야닉 도우즈니스키가 현악기의 선율이 인상적인 음악을 작곡했다. 이렇게 완성된 <빅 리버>는 2005년 10월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되었으며, 2006년 제 56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포럼부문에 초청되어 유럽 프리미어를 가지며 절찬받았다.

[About Movie 1]
일본영화계의 보물, 오다기리 죠 영어 대사 첫 도전!
2004년 <피와 뼈>로 그 해 일본의 각종 조연상을 휩쓸며 동세대 배우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연기력을 보여주었던 오다기리 죠. 그는 이제 일본만이 아닌 한국에서도 <메종 드 히미코>를 통해 연기와 인기를 동시에 인정받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영화보다는 TV를, 배우보다는 스타라는 위치에 더 흥미를 가지는 젊은 배우들과는 달리 오다기리 죠는 고교 졸업 후 도미,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연출을 공부하려다 우연한 계기로 연기를 공부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 그런 그가 2005년 홀로 미국으로 건너가 감독과 촬영 조감독 이외에는 전원 외국인으로 구성된 팀과 함께 1개월이 넘는 영화 촬영에 도전했다. 무엇보다 오다기리 죠에게 있어 영어 대사로의 도전은 배우 인생의 원점으로 돌아가보겠다는 의미이기도 했을 것이다.

‘오다기리 죠’로 성립되는 영화 <빅 리버>
구로사와 키요시 감독 작품 <밝은 미래>를 본 후, 후나하시 아츠시 감독은 앞으로 나서지 않아도 강하게 드러나는 그의 존재감이야말로 주인공 텟페이 역에 최적의 배우라고 판단하고 각본을 보냈다.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지만, 오다기리 죠에게 미국은 한 번 도망쳐온 장소. 그리고 외국인 스태프들에게 그는 일본에서 온 알 수 없는 배우일 뿐이었다. 이번엔 질 수 없다는 필사적인 마음으로 연기에 임한 그의 진심은 촬영이 진행되며 점차 스태프에게 전해지기 시작했다. 대본을 언어가 아닌 표현으로 전달하려한 그의 노력은 이전의 미국 유학 시절과는 또다른 자신감을 안겨줬다고 한다. 어느 곳에서도 연기로는 지지 않겠다는, 다른 것이 아닌 바로 연기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겠다는 그의 염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About Movie 2]
<크래쉬> <시리아나> <랜드 오브 플렌티>… 그리고 새롭게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 <빅 리버>
미국에 대한 분노로 전세계의 저널리스트, 영상 작가들의 불만이 넘치는 지금, 이에 대한 영화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미국 내의 인종 차별을 다룬 <크래쉬>, 석유 이권을 둘러싸고 아랍에 침투한 미공작원의 음모와 배신을 그린 <시리아나>, 외부인으로 바라본 미국을 그린 빔 벤더스 감독의 <랜드 오브 플렌티>가 바로 그런 영화들이다. <빅 리버>는 그런 선악구조로 이분화시키는 영화와는 노선을 달리하고자 한다. 막을 수 없는 폭력, 사회모순 그리고 전쟁…. 그 대립의 한가운데에는 인종, 문화, 종교의 차이라는 콘텍스트가 지배하는 현실이 있다. 후나하시 아츠시 감독은 영화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와 같은 현실 세계에서 빠져 나오는 것만이 아닌, 새로운 공간과 상황을 창조해내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 인종, 언어, 종교라는 규격으로 인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프레임 안에는 잡히지 않는, 또는 그것을 무효화시키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 감독의 바람이다.

9.11을 기억하는 새로운 방식
9.11이 일어나는 순간 맨해튼의 다운타운을 걷고 있었다는 후나하시 아츠시 감독. 그는 지하철이 완전히 멈추고 라디오와 TV에선 테러를 알리는 숨가쁜 순간, 자신의 발걸음은 어느새 회사로 향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인생에 한 번 겪을까 말까 한 대사건 속에서 사람은 구체적으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게 되어버린다고… 그리고 언제나처럼 집에 돌아와 잠들어버리는 일상의 감각, 또한 사람들에게 편견을 조장하는 뉴스를 내보내는 미디어와 사회까지. 감독은 그렇기에 9.11 이후 인생이 변했다고 공언하는 빔 벤더스의 <랜드 오브 플렌티>와는 다른, 정치적 콘텍스트에 속박 당하지 않은, 인간 개인의 관계를 통찰하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고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빅 리버>는 하나의 메시지와 이데올로기에 침식된 팬시화된 영화에 대항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텟페이 役 _ 오다기리 죠
고교 졸업 후 도미,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연기를 공부할 만큼 영화에 대한 강한 열정의 소유자. 이번 영화에서 그가 연기하는 히치하이커 텟페이는 자신을 쏙 빼닮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다. 연극과 TV드라마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오다기리 죠가 연기자로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구로사와 키요시 감독의 <밝은 미래>부터. 첫 영화 주연임에도 불구하고 아사노 타다노부에 밀리지 않는 강한 존재감을 발견한 후나하시 아츠시 감독은 텟페이 역의 적임자는 그 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으로 2003년 일본아카데미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2004년 최양일 감독의 <피와 뼈>로 그 해 일본 내 영화제들의 남우조연상을 휩쓸며 연기력 또한 인정받았다. 메이저와 인디를 넘나드는 작품 선택과 다양한 스펙트럼의 캐릭터 선택은 동세대 배우들과의 확연히 다른 영화배우로서의 그를 보여준다. 2005년에는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 <시노비> <스크랩 헤븐>에 연이어 출연하며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로 떠올랐으며 <메종 드 히미코>를 통해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일본배우로 떠오르기도 했다.

알리 役 _ 카비 라즈
인도 출신. 어릴 적 인도를 떠나 영국에서 교육을 받았다. 샌프란시스코대학 재학 중 연극에 대한 열정에 눈떴다. 1970년대 후반 로스앤젤레스에서 극단 <완다린다 플레이어즈 시어터컴퍼니>를 창립, 아트 디렉터로서 인도 연극을 미국 관객들에게 소개했다. 1982년, NBC의 히트 시리즈 의 주인공 중 한 명을 연기, 남아시아 배우로서 처음으로 할리우드 TV에 진출했다. 그 이후 수많은 영화와 TV에 출연, 그 중엔 영화 <펫 세메터리>(1989) 인기 TV시리즈 <스타 트랙> 등이 있다. 배우로서의 활동과 함께 감독, 프로듀서로서도 활동했다. 1978년에는 제작회사 K.R.필름을 설립, 다수의 영화와 TV작품을 제작했다. 1983년에는 라는 작품을 감독하기도 했다. 최신작은 알버트 브룩스 감독의 이다.

사라 役 _ 클로에 스나이더
알래스카 출신. 여배우를 꿈꾸며 L.A로 이주, 뮤지컬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신데렐라>와 <넛츠>에서의 주연을 거쳐 자르크 시어터에 제작한 <버지니아 모놀로그>에 최연소 여배우로 참가했다. CF와 뮤직비디오 등의 출연을 거쳐 <빅 리버>로 처음 장편 상업영화에 출연했다. 배우로서의 활동은 물론 Juicy Courture, Porsche 등의 디자이너 브랜드와 Seventeen Magazine FHM UK, Teen Vogue 등의 잡지 등에서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다. 각본가로서 Oiai’s Theater 150에서 공연 예정인 자신의 작품 각본도 집필 중이다.

“<빅 리버>는 몇 개의 작은 강이 모여 광대한 리오그란데(대하)를 만들 듯, 세계의 이민자들이 모여 하나의 합중국이 된 미국의 그림자를 말한다”

후나하시 아츠시 감독
오사카 출생인 후나하시 아츠시는 동경대에서 추상문화론을 전공했으며 단편과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영화연출을 공부했다. 1999년에 알리사 조 블랙과 에릭 반 덴 브륄과 함께 독립영화 육성을 위한 회사 ‘빌리지 프로덕션’을 설립했다. 첫 장편영화인 <에코즈>는 비평가, 국제영화제 관계자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으며, 프랑스 아노네 영화제 심사위원상과 관객상, 독일 뮌헨 영화제의 하이 호브상을 수상한 후 미국에서 개봉되기도 했다. 극영화 제작과 병행하여 NHK에서 뉴욕의 사회 문제, 다인종 문화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감독했다. 영화감독으로서의 활동 이외에도 ‘키네마 준포’, ‘유레카’ 등의 매체에서 적극적인 예술비평활동 중이다.

필모그래피
<에코즈>(2001) <토키 앤 사일런스>(1999)

에릭 반 덴 브륄 촬영/공동각본
사진가로서 활동 중 후나하시 아츠시 감독, 앨리사 블랙과 함께 빌리지 프로덕션을 설립, 2001년 <에코즈>의 촬영감독으로 데뷔했다. 그 이후 제 2차 세계대전을 다룬 독일, 그리스 합작영화 를 촬영하기도 했다. <빅 리버>에서는 촬영감독만이 아니라 공동각본에도 참여하여, 감독이 그가 없는 <빅 리버>는 없었을 것이라 공언할 만큼 영향을 미쳤다.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프로모션 비디오 촬영, 미술을 담당하기도 했다. 사진가로서는 1998년과 2003년 ‘Communication Arts’의 Award of Excellence in Photography를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