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노래와 화려한 발레가 곁들여진 차이코프스키의 숨겨진 보석

차이코프스키가 남긴 10여 편의 오페라 중에서 ‘에프게니 오네긴’과 ‘스페이드의 여왕’ 정도만이 자주 공연되는 작품들이다. 하지만 2009년 11월 로얄 오페라에서의 공연을 담은 본 영상물은 나머지 비인기작들도 충분히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들을 담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문호 고골리의 ‘크리스마스이브’를 내용으로 하는 ‘체레비츠키’의 원형은 1874년에 완성한 오페라 ‘대장장이 바쿨라’다. 이 오페라는 엘레나 대공부인이 주관한 오페라 경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작곡가는 이 작품에 썩 만족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11년이 지난 뒤 대대적인 개정작업을 거쳐서 마무리된 작품이 바로 ‘체레비츠키’다. 개정판 역시 초연 당시 호평을 받았지만, 작곡가의 사후에는 러시아 내에서조차 거의 잊혀진 작품이 되고 말았다. 연출가 프란체스카 잠벨로는 환상적인 무대미술과 화려한 발레를 곁들여 동화적인 내용의 이 오페라를 훌륭히 부활시켰다. 러시아 본토출신 가수들의 든든한 가창과 로얄 발레단 일급 무용수들의 매혹적인 춤사위는 작품의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보조자료)

- 오페라 ‘체레비츠키, 또는 황후의 슬리퍼’는 고골리의 ‘크리스마스이브’를 내용으로 한다. 원래 이를 오페라로 만들려고 시도했던 이는 작곡가 세로프였다. 이 작곡가를 아꼈던 엘레나 대공부인이 시인 포론스키에게 고골리의 원작을 토대로 ‘대장장이 바쿨라’의 리브레토를 부탁했지만, 세로프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이 프로젝트는 좌초하게 되었다. 이에 대공부인은 이 리브레토에 의한 오페라 콩쿠르를 여는 쪽으로 계획을 변경했고, 차이코프스키가 여기에 응모하여 당당히 1등을 차지한 것이다.1876년 12월 6일의 초연무대는 성공적이었지만, 마감시간에 쫓겨 서둘러 완성했던 이 작품에 썩 만족하지 못했고, 11년이 지난 뒤 많은 수정을 거쳐서 ‘체레비츠키’라는 타이틀의 개정판을 내놓았다. 1887년 1월 31일 작곡가 자신의 지휘로 볼쇼이극장에서 개정판이 초연되었다.

- 오페라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과부 솔로카는 악마와 작당하여 달을 홈치려고 한다. 하지만 이 계획은 교회 벽에다 악마를 조롱하는 그림을 그린 솔로카의 아들 바쿨라 때문에 방해를 받는다. 악마는 폭풍을 일으켜 바쿨라가 연인 옥산나와 만나는 것을 방해한다. 폭풍의 와중에 바쿨라는 옥산나의 아버지를 폭행하게 되고, 화가 난 옥산나는 바쿨라를 쫓아버린다. 옥산나는 홧김에 바쿨라에게 자신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황후의 슬리퍼를 가져오라고 말하고, 실의에 빠진 바쿨라는 자살을 기도하려다 악마의 도움을 받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황궁으로 가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황후의 슬리퍼를 입수한 바쿨라가 옥산나에게 돌아오고, 옥산나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슬리퍼가 아니라 바쿨라 자신이라고 고백하면서 해피엔딩으로 오페라가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