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갚기 위해 선택한 길은… 인간 샌드백!
 진정한 예술영화를 꿈꾸지만 본인의 작품 하나 성공시키지 못한 채, 불법으로 상영회를 여는 게 생활의 전부인 슈지. 어느 날 자신의 영화 제작비 때문에 야쿠자에게 돈을 빌리고 결국 죽음에 이른 형의 소식을 듣게 된다. 형이 남기고 간 빚 1254만엔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그는 인간 샌드백이 되어 어마어마한 빚을 갚아 나가는데… 목숨보다 더 아끼는 영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지켜야 하는 목숨! 과연 그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Review]

의심의 여지 없이,
올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가장 의식 있는 작품이다.
- Screen Daily

앙리 랑글로와가 <저수지의 개들>과 만났다!
사상 최고로 독창적인 영화.
- Positif

걸작. 그 말이면 충분하다.
- 알베르토 바르베라(토리노 국립영화미술관 관장• 전 베니스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아름답다! 빠져들게 하는 편집 또한 아름답다!
- 프레드릭 와이즈만(영화감독)

누가 보든 즐길 수 있지만, 평범하지 않다.
그 어떤 무엇과도 닮지 않았다. 그것이 <컷>이다.
- 구로사와 기요시(영화감독)

I love !
진정으로 강력한 작품이다.
- 지아장커(영화감독)

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온 몸으로 연기한다.
마치 카운트다운처럼 마지막이 가까워올수록 영화와 대화하며 몰두해 나간다.
- 아키야마 쇼(카피라이터)

고통, 인연, 꿈, 언어를 초월한 메시지.
감독의 강력한 마음이 주인공과 공명을 이루어, 관객의 정곡을 찌른다
- 야마자키 바니라




“격렬하고도 신중한 영화라는 행위”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광기 어린 영화를 봤다. 온몸에 쏟아지는 듯한 영화를 봤다. 한 작품 한 작품에 흠씬 두드려 맞으며, 정신이 아득해지는 피투성이의 맹훈련이 끝나고 그럼에도 다시 일어서, 드디어 영화를 만들기 위한 목욕재계를 마친다. 아미르 나데리가 <컷>을 위해 선택한 주연은 그런 부끄럽고도 순수한 영화사랑이 한껏 고취되어, 오늘날이야말로 영화 그 자체가 영화의 주제가 될 수 있는 것이라는 도전적인 자세로 관객들의 간담을 노린다.
그런 의도를 전부 이해하고 배우로서 다시 태어난 니시지마 히데토시의 신들린 듯한 연기와 스크린을 계속 채우는 섬뜩한 폭력 묘사에 압도되는 동안, 신기하게도 나는 이 영화가 이 이상 신중할 수 없는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그 이유는, 언제나처럼 감복하게 되는 나데리의 빛과 그림자 연출이 드디어 아름다운 정서적 결실을 맺었다는 점도 있고, 맞는 니시지마가 청각을 잃는 순간의 갑작스런 정적이 감동적이었다는 점도 있으나, 그 이상으로 주연 니시지마를 지탱해주는 3명의 배우들이 결코 과장되게 나서는 일 없이 안정된 존재감으로 힘을 불어넣어주는 부분이었다. 스가타 슌, 사사노 다카시, 토키와 다카코 이렇게 세 사람이다. 마침 공교롭게도 그 자리 있었다는 이유 외에 딱히 다른 이유도 없는데, 이 세 사람이 보여주는 광기 어린 주인공에 대한, 헌신적이라 말해도 될 협력의 모습이 우리들의 마음을 강타하여, 폭주하는 영화광의 ‘믿음’을 ‘확신’으로 바꾸어가는 것이다.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그 장소밖에 없다고 강하게 고집하는 니시지마를 향해, “여기서 하지 말라”고 충고하면서도 암묵적으로 그것을 허락해주는 조직의 우두머리 스가타가 가진 도량의 깊이, 카운터 안에서 냉정하게 사태를 지켜보다가, 어느 날 토키와의 신호로 모든 것을 이해하고 니시지마를 전면적으로 서포트하는 사사노의 총명함, 그리고 가만히 구급상자를 가지고 니시지마에게 다가와, 단 한번이지만 아무 말 없이 니시지마를 안아주는 토키와의 숭고함. 그들이 있기에 주인공은 그 무모한 시험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것이 영화 제작의 비유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분명히 영화 제작은 어떤 의미의 강한 신념이 필요하다. 그것을 감독의 작가성이라 불러도 좋다. 허나 그것이 아무리 산처럼 쌓여있다 해도 영화는 단 1초도 완성되지 않는다. 영화 제작은 그것을 뒤에서부터 지지해주는 스탭들과 카메라 앞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뭐든 받아들여주는 배우들이 있기에 겨우 시작된다. 맹훈련을 견뎌낸 주인공이 마지막에 확인하는 것은 그런 동료들의 존재인 것이다. 그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조용히 말한다. 스가타 슌이 프로듀서고, 사사노 다카시가 카메라맨, 토키와 다카코가 여주인공을 연기한 것과 같다. 이것이 영화라는 행위다. 영화는 이렇게가 아니면 태어날 수 없고, 이렇게 해서 지금도 세계 여기 저기서 계속 태어나고 있다.
음악도 없이 흘러가는 엔딩 크레딧을 보며 아미르 나데리의 무모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는 정열에 깊이 공감해 발 벗고 나선 일본인과 한국인이 이란인보다도 더 많이 존재했다는 것에 다시금 감명을 받았다. 영화는 아직 버려진 존재가 아니다.


[About Movie]

진정한 영화가 사라진 세상을 향한 강렬한 펀치!
베니스 영화제 오리종티 부문 개막작! 전세계를 놀라게 한 화제작 <컷>

오직 영화만을 위한, 영화를 향한 절절한 찬가! 제 68회 베니스 영화제 오리종티 경쟁부문에서 개막작으로 상영, 10분 간의 기립박수로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부산 국제 영화제,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이끌며 전세계를 놀라게 한 화제작 <컷>이 드디어 국내 관객들에게 그 열광적 찬사의 실체를 선보인다. 베니스 영화제 기간 동안 상영관에 영화 팬들이 쇄도해 예정에도 없었던 상영을 서둘러 마련하는 이례적인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을 만큼 관객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이 영화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을 비롯하여 씨네필이라면 공감할만한 내용을 담은 ‘영화에 관한 이야기’다. 진정한 영화가 사라져가는 세상을 향한 주인공 슈지의 외침과 분노는, 오늘날 영화계에 일침을 가하며 사라져가는 영화를 되살리는 동시에 미래의 영화를 기다리게 한다. 영화에 대한 궁극의 사랑과 열정, 신념을 담아낸 영화 <컷>은 그러기에, 지금 이순간 더욱 비장하게 아름답다.


영화의 혼을 담아내다
수많은 명작들로 장식된 영화사 100년에 대한 찬사와 오마주

자신이 사랑하는 영화를 지키기 위해 세상과 홀로 맞서 싸우는 주인공 슈지는 마치 <택시 드라이버>의 트래비스처럼, <용서받지 못한 자>의 머니처럼 이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세상에 싸움을 건다. 자신이 믿고 있는 진정한 영화를 위해 목숨도 내던지는 슈지와 같이, 자신이 사랑하는 무언가를 위해 어디까지 달려갈 수 있는지를 묻게 하는 영화 <컷>에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화에 대한 궁극의 사랑과 열정, 진정성과 신념이 담겨있다.
<컷>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100년이 넘는 영화사를 아우르는 거장들의 100편의 영화인데, 이것은 영화 속 주인공이자 가난한 영화감독인 슈지와 아미르 나데리 감독의 목숨과도 같은 절대적인 존재이자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꼭 확인해야 할, 바이블과 같은 목록이다. 오즈 야스지로, 미조구치 겐지, 신도 가네토, 구로사와 아키라, 로베르 브레송, 버스터 키튼, 존 포드, 오손 웰즈 등 작품 하나하나 생명력 넘치는 혼을 담고 있는 이 리스트는, 슈지의 영혼과 맞닿은 마지막 펀치와 함께 폭발하면서 진정한 영화의 의미를 향한 절정에 이르게 된다. 예술성과 오락성을 모두 충족시켰던 시절의 영화의 진정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새로운 영화의 미래를 써나가는 <컷>은 진정한 영화가 사라져가고 상업주의와 오락으로 물든 영화계에 강력한 펀치를 날리며 관객들에게 저릿하고도 진한 충격을 안겨줄 것이다.




영화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배우 니시지마 히데토시,
영화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린 감독 아미르 나데리의 운명적 만남!

죽은 형을 대신해 인간 샌드백이 되어 야쿠자의 빚을 갚아나가는 독립영화감독의 이야기 <컷>은 2005년 도쿄 FILMeX 영화제에서의 운명적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자신의 영화 <사운드 배리어>로 영화제에 초청된 아미르 나데리 감독은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니시지마 히데토시를 본 순간 서로의 영혼이 닮았음을 한 순간에 직감, “일본 영화계를 바꿀만한 작품을 함께 만들자.”며 의기투합하고, 이후 6년간의 교류를 거쳐 영화에 대한 사랑을 고스란히 담아낸 <컷>을 기적처럼 완성시켰다.
이란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작품의 각본을 맡는 등 이란 영화계의 뉴 웨이브로 주목받은 아미르 나데리 감독은, 국제적으로 공개된 최초의 이란 영화 중 한 편인 <달리는 아이들>과 <물, 바람, 먼지>로 낭트 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후 연출의 자유를 위해 뉴욕으로 이주하여 활약하고 있는 세계적 감독이다. 매일 영화 한 편을 보고 잠자리에 든다는 아미르 나데리 감독의 모습은 <컷>에 등장한 슈지 캐릭터 자체이며, 미국 독립영화의 선구자인 존 카사베츠의 작품에 연출부로 활동했던 그는, 이 작품을 존 카사베츠에게 바친다고도 고백했다. 2011년 베를린 영화제를 시작으로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화제작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이후 다시 한번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이란 영화계에 더욱 활력을 불어넣는 감독으로서 활약하고 있다.
한평생 영화밖에 모르고 살아온 슈지 역을 연기한 배우 니시지마 히데토시 역시 실제 소문난 영화광으로 도쿄 곳곳의 영화관 뿐만 아니라 세계 영화제들을 누비며 작품을 섭렵할 정도다. <컷>이 공개된 이후 각종 언론 매체들은 슈지로 분한 니시지마 히데토시의 열연에 극찬을 쏟아내며 ‘그의 연기로 인해 이 작품은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고 평했다. 니시지마 히데토시 역시 “<컷>을 통해 내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소감을 전하며 <컷>을 향한 무한 애정을 쏟아냈다.
슈지를 둘러싼 인물들을 연기하는 배우들 역시 존재감 넘치는 얼굴들이 모여있다. 일본 영화뿐만 아니라 해외 작품, TV 드라마를 빛낸 토키와 타카코가 야쿠자의 세계에서 일하면서도 슈지를 지지하는 요코 역할로 출연, 이제껏 없었던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냈고, 일본 영화계에 불가결한 존재인 배우 사사노 타카시가 슈지를 지켜보는 야쿠자 히로시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 밖에 덴덴, 스가타 슌, 스즈키 타쿠지 등 베테랑 명 배우들이 든든하게 받쳐주며 영화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Cast & Character]

슈지 역
영화감독. 상업영화에 밀려 상영되지 못하는 독립영화만 고집하는, 가난한 독립영화감독이다. 야쿠자 사무소에서 일하는 형이 빌려준 돈으로 영화를 찍어왔지만 그 돈이 문제가 되어 형이 죽었으며, 막대한 빚을 남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 슈지는 빚을 갚기 위해 형이 일했던 야쿠자 사무소에 들어가 ‘인간 샌드백’이 된다. 맞을 때마다 그가 목숨처럼 사랑하는 명작 영화들을 한편 한편 떠올리는 슈지. 아무리 맞아도, 영화를 향한 애정이 슈지를 다시 일어서게 한다. 목숨보다 더 소중한 영화, 영화를 위해 지켜내야 하는 목숨! 슈지는 이 모든 시련을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타락한 영화를 구해내는 것이라 믿는다.

니시지마 히데토시
1971년 일본 도쿄 출생. 요코하마 국립대학교 재학 중부터 활동을 시작해, TV 드라마 <아스나로 백서>등에 출연했고, 와타나베 타카요시 감독의 <선술집 유령>을 통해 영화계에 데뷔했다. 1998년에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인간 합격>에서 주연을 맡아 제 9회 일본영화 프로페셔널 대상 남우 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2년에는 제 5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돌스>에서 주연을 맡으며 국제적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이 밖에도 <좋아해>, <도쿄 랑데뷰>, 나카야마 미호와 호흡을 맞춘 <사요나라 이츠카>등에 출연하며 일본 영화계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감을 지닌 배우가 되었다. 최근에는 TV 드라마 <나와 스타의 99일>에서 김태희와 호흡을 맞춰 화제를 모았으며, 현재는 흉악범죄를 다루는 본격 형사물로 극찬 받으며 방영중인 드라마 <스트로베리 나이트>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다. “나의 연기 인생은 <컷>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것”이라 했던 니시지마 히데토시. 이번 작품 <컷>을 통해 관객들은 거장 감독과 실력파 배우가 만나 빚어내는 가장 남자다운 하모니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Filmography
<듀오>(97), <인간 합격>(98), <라스트 씬>(02), <카나리아>(05), <귀향>(05), <안녕 미도리짱>(05), <3년 임신>(06), <좋아해>(06), <오오쿠>(06), <휴가>(08), <도쿄 랑데뷰>(08), <게 어선>(09), <제로 포커스>(09), <사요나라 이츠카>(10)



[Interview with Nishijima Hidetoshi]

아미르 나데리 감독과의 만남, 그리고 영화에 출연하기까지
2005년 제 6회 도쿄 FILMeX 영화제에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여한 적이 있는데요, 그 당시에 나데리 감독님은 <사운드 배리어>를 상영하러 오셨죠. 제가 출연한 작품들은 아직 거의 보지 않으신 상태였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만난 지 얼마 안 되어서 “자네의 영혼은 내 영혼과 아주 많이 닮았어, 그 내면에는 분명 분노와 에너지가 있을 거야.”라고 하시더군요. 그 때 구체적인 시놉시스는 없는 상태였고, “일본 영화를 바꿀만한 작품을 함께 만들자.”고 열의에 꽉 차서 말씀하셨습니다. 각본이 나오고 제작이야기가 구체화된 건 2009년 봄 정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엄청나게 강한 느낌에, 나데리 감독다운 독특한 각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이걸 진짜로 영화로 만들 수 있는 걸까, 싶은 마음이 들긴 했죠.

나데리 감독님과 그의 작품에 대한 인상
이란 영화계라고 하면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 아볼파즐 잘릴리 감독과 같이 굉장한 영화감독님들이 많이 계신다는 인상을 갖고 있었는데요. 나데리 감독님에 대한 것은 솔직히 말해 그렇게 자세히 알지는 못했습니다. 그 해에 <사운드 배리어>(05)를 보고 정말 엄청난 작품이구나, 하고 놀랐던 정도입니다. 그 뒤에 역시 도쿄 FILMeX에서 상영된 <라스베가스의 꿈>을 보기도 하고, 나데리 감독님으로부터 전작들의 DVD를 빌려보기도 하면서, 굉장히 파워 넘치는 감독님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영화감독’을 연기한다는 것
감독님이랑은 영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그 외에도 서로가 자라온 과정이나 결혼관 등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눴습니다. 그래서 슈지라는 캐릭터 안에는 나데리 감독님 나름대로 저의 모습을 투영시켜주신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도 제가 볼 땐 슈지는 나데리 감독님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영화를 위해 인생을 바치는 그 모습이나, 그 ‘바치는 방법’이 투쟁이라는 것. 그래서 역할 만들기를 할 때 그가 어떤 방식으로 사람과 이야기를 하나, 나데리 감독님을 자세히 관찰했습니다. 촬영 현장에서 감독님의 걷는 방법을 흉내내보기도 하고, 똑같은 식생활 패턴으로 살아보기도 하고요. 감독님은 커피를 안 드시니까 저도 계속 차만 마시는 식으로.

촬영 현장
촬영 중에는 그 누구와도 얘기하지 마라, 연기에 집중해라, 그런 지시가 있었습니다. 인사도 일절 하면 안 됐어요. 주변 사람들이 보면 미친 놈 같았겠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그런 마음이었죠.
화장실에서 맞는 장면은, 카메라가 돌기 전부터 계속 맞는 걸 연기하고 있어서 다들 통제 불능이 된 상태였습니다. 비명이 난무하고 다들 패닉이었죠. “컷!” 소리가 나도 멈추지 않아서, 조감독이 끊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어요. 어쨌거나 감독님은 연기자 스텝 관계없이 그 현장에 있는 모두를 당장이라도 쓰러뜨릴듯한 기세로 철저하게, 아슬아슬 한계까지 밀어 붙이셨습니다. 이건 현장 전체를 꾹 눌러 고양시켜서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연출이었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렇다고 해도 촬영 중간 중간 웃는 것 조차도 허락해 주지 않으셨거든요. 조금이라도 웃으면 ‘너, 왜 웃는거야? 여기는 촬영 현장이라고!’ 하셨죠. 특히 화장실에서 촬영한 장면들은 장렬하다고 밖에 표현이 안될 정도로 무시무시했습니다. 나데리 감독은 그 정도까지 요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다른 장면들 역시 끝까지 파고드는 나데리 감독님의 연출법 덕분에, 이 정도까지 해도 된다는, 어떤 의미에서 보면 한계를 뛰어 넘는 일이 가능했습니다. 제게 있어 무척이나 거대한 체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슈지에게 있어 영화란
저 자신은 조금 더, 영화라는 존재를 넓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점점 변화해가는 존재라는 생각도 하고 있는데, 슈지가 극중에서 비판하고 있는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이나 드라마에도 실제로 출연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그 비판은 저 자신을 향한 비판이기도 하다는 점에 대한 자각은 물론 있습니다. 다만 슈지도 엔터테인먼트 영화가 나쁘다고 단순히 말하고 있는 게 아니고, 그 여파로 독립 영화나 예술영화가 상영될 장소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에 엄청난 위기감을 갖고 있다는 거예요. 무대는 일본이고 슈지는 일본사람이라는 점에서 극장에선 일본의 영화산업 현실을 다룬 듯한 모습이 되어 있지만, 이것은 많든 적든 대부분의 많은 나라의 영화계 현실과도 닮아있는 점이라고 감독님은 포착하고 계신 거죠. 나데리 감독님도 실제로 뉴욕에서 슈지가 그랬던 것처럼 건물 벽에 영사기를 세우고 상영회를 하셨다는 것 같은데, 그것도 갈수록 하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 같습니다. 즉 일본 영화계 비판이라고 하기보다는, 좀 더 넓은 세계 규모의 영화 현실에 대한 위기감을 일본이라는 무대를 빌려 그려낸 것이 <컷>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연기
아마 지금까지의 작품들 가운데, 제게 있어 최고의 연기를 해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해본 적 없었던, 그 정도로까지 빨려 들어간다는 걸 실제로 경험해 보고 배역을 소화한다는 것이 연기하는 데 얼마나 플러스가 되는지를 정말 잘 알 수 있었으니까요. 다만 이번 촬영과 같이 연기에만 집중하기 위해 연기자들 및 스텝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도, 인사도 못하고 지나치는 일들이 허용되는 현장은 얼마 없다는 생각이 들고요, 물론 어느 현장에서도 이번 같은 일들이 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한번 이 정도까지 해 봤다는 경험은 제게 있어 엄청 커다란 것이어서, 아마 앞으로의 연기자 생활에 임하는 자세에 분명 어떤 영향을 주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코 역
야쿠자 사무소의 바에서 일하는 여성. 야쿠자 세계에 들어온 슈지를 염려하면서도 늘 거리를 두고 냉정함을 유지하며 슈지를 돕는다. 이러한 그녀의 존재는 영화를 위해 ‘순교자’가 되기로 결심한 슈지에게 따뜻한 구원과 안정이 되어준다.

토키와 타카코
1972년 일본 요코하마 출생. 91년 배우로 데뷔한 이래 TV 드라마, 영화 등 수많은 작품에서 활약해오고 있다.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의 영화 <붉은 달>(04)을 통해 제 28회 일본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한국에서는 장국영과 출연한 <성월동화>(99)에서 세련되면서도 청초한 매력으로 얼굴을 알렸다. 주요 출연 작품으로 영화 <마미야 형제>(06), <20세기 소년 3부작>(08-09), <서랍 속의 러브레터>(09)등이 있다. 토키와 타카코는 <컷>을 위해 지금까지의 이미지를 벗어 던졌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거의 노 메이크업 상태로 촬영에 임하며 “시궁창 쥐 같은 캐릭터가 되라”던 감독의 요구를 완벽히 소화해 낸 것. <컷>의 홍일점이기도 했던 그녀는 “모든 것을 내던지는 ‘공황상태’와도 같은 촬영현장이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그 촬영현장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아미르 나데리 감독과의 ‘익사이팅’한 현장을 회상했다. “니시지마씨가 연기한 슈지의 대사들에 가슴이 뭉클하게 조여오곤 했다.”는 그녀는 이 영화의 가장 열광적인 팬이 되었다.


히로시 역

사사노 타카시
1948년 일본 효고현 출생. 85년 영화 <남자는 괴로워>시리즈에 출연한 이래 야마다 요지 감독 작품에 단골로 등장하게 되었고, 영화<무사의 체통>(06)으로 제 30회 일본 아카데미상 남우 조연상을 수상했다. 영화, 드라마,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일본이 가장 사랑하는 씬 스틸러 중 한 명이기도 하다. 88년부터 시작된 영화 <낚시바보일지>시리즈를 시작으로 2009년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굿 바이>(08), <백만엔걸 스즈코>(08), <우리 의사 선생님>(09), <남동생>(10)등 수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에는 <슬랩스틱 브라더스>로 한국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며, 3월에는 일본에서 <우린 급행 A 열차로 가자>라는 기대작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마사키 역

스가타 슌
1955년 일본 야마나시 출생.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 스가와라 분타에게 사사하였고, 아쿠타가와 상 수상자 카라 주로가 이끄는 극단 ‘상황극장’에 입단해 연극무대에서도 활약했다. 2005년에는 <포치의 고백>으로 일본영화 프로페셔널 대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작품에 다수 출연하였으며 <킬빌 1부>(03), <라스트 사무라이>(03) 등 할리우드에서도 그 존재감을 펼쳐 보이며 활약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다카가키 역

덴덴
1950년 일본 후쿠오카현 출생. 연극 <별들의 마을> 시리즈를 시작으로 <아사쿠사 파라다이스> <부드러운 옷을 입고> 등의 연극 무대에서 활약하였고,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영화 <큐어 >(97)등을 통해 그만의 독특한 존재감을 높이 평가 받았다. 영화 <눈에게 바라는 것>(06), <클라이머즈 하이>(08), <엄마>(08), <골든 슬럼버>(10) 등의 화제작에 잇달아 출연하는 등 언제나 성실하게 자신의 작품세계를 넓혀가는, 일본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배우이다. 올해 1월 일본에서 개봉되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소노 시온 감독의 <두더지>를 통해 잔인한 세상을 살아가는 초연한 어른의 모습을 리얼하게 표현해 낸 연기로 큰 호평을 받고 있다.


나카미치 역

스즈키 타쿠지
1967년 일본 시즈오카 현 출생. 고등학생 시절부터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했고,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영화 <맨발의 피크닉>(93)에서 각본 및 조감독으로 참여했다. 96년 이치카와 준 감독의 <도키와장의 청춘>에서 젊은 만화가 역에 발탁되면서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에 주력하였으며 주요 출연작으로는 영화 <나인 소울즈>(03), <비욘의 아내>(09), <거짓말쟁이 미-군과 망가진 마-쨩>(11) 등이 있다. 또한 영화 <나는 고양이 스토커>(09)로 제 31회 요코하마 영화제 신인 감독상을, <더 와이프 오브 게게게 뇨부>(10)로 제 25회 타카사키 영화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하며 감독으로서도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각본 속에는 세계 영화 현장에 대한 ‘확실한 분노’가 있었습니다. 오늘날 일본 영화계에 대해 갖고 있었던 제 자신의 너그러움을 한 순간에 날려버리는 파워로 가득 차 있었고, 그 통쾌함에 결국은 웃어버렸습니다.“라고 말하며 배우로서도 감독으로서도 이번 작품이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음을 이야기했다.


[Director&Screenplay]

아미르 나데리
1945년 이란 아바단에서 출생.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모흐센 마흐말바프 등과 함께 이란 영화가 국제적으로 각광받게 된 계기를 만든 인물이다. 테헤란에서 스틸컷 카메라맨으로 활동하다가 자신이 각본을 쓰고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메가폰을 잡아 완성한 <경험>(73)을 발표했으며, 이후 (73), <하모니카>(74) 등의 작품을 통해 본격적인 감독으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이후 발표한 <달리는 아이들>(86)과 <물, 바람, 먼지>(89)가 모두 낭트 3대륙 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했고, 이후 더 자유로운 예술활동을 위해 미국 뉴욕으로 이주하여 현재까지 생활하고 있다.
뉴욕 이주 후 완성한 뉴욕 3부작인 <1,2,3,4 맨해튼>(93), (97), <마라톤>(02)은 세계적인 호평을 받았으며 특히 의 경우 칸 영화제와 선댄스 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라스베가스의 꿈>(08)으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SIGNIS상을, <사운드 배리어>(05)를 통해 로마 국제영화제에서 로베르토 로셀리니 비평가상을 수상하며 뛰어난 연출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사운드 배리어>는 제 6회 도쿄 FILMeX에서 상영되었으며, 이를 계기로 감독은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니시지마 히데토시와 만나게 된다. 니시지마와 처음 만난 후 <컷>이 상영되기까지 6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감개무량한 듯 회상했던 아미르 나데리 감독. 압도적인 연출력으로 자신의 영혼과도 같은 영화애를 장렬하고 비장하게 그려낸 그의 최신작 <컷>은, 영화사를 통틀어 흔히 만나볼 수 없는 걸작으로 길이 새겨질 것임이 분명하다.

Filmography
<달리는 아이들>(85), <물, 바람, 먼지 >(89), (97), <마라톤>(02), <사운드 배리어>(05), <라스베가스의 꿈>(08)


[Director’s Note ]

‘발견’과 ‘위험’
영화제작에 있어 ‘발견(Discovery)’과 ‘위험(Risk)’은 아주 중요한 요소이기에 항상 무엇인가를 발견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영화를 만듭니다. 촬영하는 도중에 문제가 발생해 헤매게 되더라도 저는 결코 굴하지 않고, 패배의 힘을 역으로 이용해 새로운 길을 찾아내는 힘으로 바꾸어 갑니다. 이 방법으로 정답을 손에 넣게 되는 거라고 믿습니다. <컷>의 주인공 슈지와 같이, 저는 원하는 것을 손에 넣게 될 때까지 전력으로 싸웁니다. 그것이 감독의 역할이니까요. 그러니까 더더욱 무모하다고도 생각되는 도전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일본, 일본영화의 영향
일본 영화를 보며 특별히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달리는 아이들>의 움직임, 편집, 소리, 특히 영화 후반의 12분간(대사는 없고, 얼음을 가진 아이들이 불 옆을 필사적으로 달리는 장면)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의 마지막 장면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물, 바람, 먼지>는 신도 가네토 감독의 <벌거벗은 섬>에서, 은 코바야시 마사키의 <괴담>과 이치카와 곤 감독의 <버마의 하프>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복잡한 카메라 워크나 롱 테이크 씬들은 미조구치 겐지 감독의 영향을 받았죠. 영화에서 아이들을 다룰 때, 거리의 색채를 결정할 때,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작품을 참고하고 있습니다. 시미즈 히로시 감독은 아이들의 연기를 촬영하는 천재이자 우리들의 아버지입니다. 또한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침묵에 의한 표현을 존경합니다.

니시지마 히데토시와 슈지
도쿄 FILMeX영화제에서 니시지마 히데토시와 만났을 때부터 슈지가 태어났습니다. 니시지마는 제 작품을 몇 번인가 봐 주었더군요. 저는 일본 영화를 찍고 싶다고 오랜 시간 생각해 왔던 것을 니시지마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그 이후에 몇 번이나 일본을 방문했고 니시지마와 서로 흥미를 가진 영화나 영화의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컷>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을 때, 니시지마를 기초로 해서 슈지라는 캐릭터를 키워 나갈 수 있었습니다. 니시지마는 슈지의 대사를 쓸 때 아주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는 재능 있는 연기자이고, 인간으로서도 무척 멋진 사람입니다. 아주 곤란한 역할이었을텐데도 신경쓰지 않고, 슈지 역할을 온 몸을 다 해 연기해 주었습니다.

각본
이 영화의 각본은 친한 친구이자 작가인 아보우 파르만과 영어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캐나다에 사는 이란 사람이고 비디오 아티스트이면서 시인이죠. 하지만 저는 페르시아어와 일본어의 뉘앙스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각본을 페르시아어로 고쳐 썼습니다. 각본은 일본어로 번역되어 도쿄 FILMeX의 프로그래머에게서 아오야마 신지 감독을 소개받아, 그에게 각본 감수를 부탁했습니다. 이전에 아오야마 감독의 <유레카>를 봤는데 아주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아오야마 신지 감독과 이 영화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아주 기쁜 일이었습니다.

영화는 라스트 사무라이
옛날부터 어디에서나 사회와 예술이 충돌하는 시대가 있었습니다. 현재, 자본의 힘은 그 어떤 시대보다도 강력해졌고, 예술, 특히 영화를 지배하려 하고 있습니다. 슈지의 분노는 여기서부터 탄생하는 것입니다. 슈지의 종교는 영화고, 이를 위해 필사적으로 싸웁니다. 슈지가 인간 샌드백이 되는 것은 형의 빚을 갚기 위해서입니다만, 영화가 놓여져 있는 지금의 비참한 현실에의 저항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영화를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로 만들어버린 사람들로부터 슈지는 두드려 맞게 되는 것입니다. 젊은 세대 사람들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영화를 좋아합니다. 그들의 기호는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이 결정지어 버린 것이죠. 이런 상황에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슈지의 행동과 이번 작품은 현재의 영화계에 대한 작은 저항입니다. 슈지는 이 영화의 라스트 사무라이인 것이죠. 영화의 진실을 믿고 있는 슈지는 자신의 목숨도 기꺼이 내놓을 수 있는 것입니다.

언어를 넘어선 공통의 그라운드
영화제작 현장에서는 통역의 손을 빌려서 스탭들이나 배우들과 의사소통을 했습니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도 많았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일본 사람들은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그런지 영어로 대답해 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촬영할 때, 현장이나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신뢰는 약속이나 언어로부터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 감독이 영상으로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가, 그것을 어떻게 하면 전달할 수 있을까, 그것을 실감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신뢰가 생겨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마법이 언제 일어나는가는 정말 그 누구도 모르는 거겠죠. <컷>에도 이 마법이 일어났습니다. 말로 의사소통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언어로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통일된 언어, 시선, 태도 없이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게 된 것이죠. 저는 일본어를 전혀 못하지만, 일본에서 언어의 벽은 느끼지 않았습니다. 대사도 저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영화를 감상할 때 대사가 분명 들리긴 하지만 제 영화에서는 별로 말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게 있어 대사는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하나의 요소이기는 하지만 대사 없이 이미지로 스토리를 들려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를 만드는 데 향한 정열이란 것은 영상, 움직임, 편집 그리고 침묵으로 이야기를 설명하는 것이죠. <컷>에 있어서 침묵은 주연 그 자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