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달새 농장>의 배경은 1차 대전 중 터키이다. 터키에 아르메니아인들도 함께 살고 있었다. 인류 역사상 모든 학살이 그랬듯, 터키 군부의 뒤틀린 민족주의가 아르메니아인들의 소거로 화살을 겨누게 된다. 원래 터키 땅인데, 타 민족이 들어와서 사는것을 배척하는것이다.
기실 아르메니아인들은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터키인들도 도와주고 잘 지내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런 역사적 실화를 극화하는데 있어 사실에 기반한 다큐멘터리적 작법이 있겠지만, 영화라는 매체가 예술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흔히 취하는 방법이 역사적 소용돌이 속의 한 개별자, 또는 한 가족의 미시적 수난사를 다루는 것이다. <종달새 농장>도 예외는 아니다. 터키의 한 마을에서 꽤 부유하게 일궈 살고 있던 아바키안 가의 수난사가 되겠다. 짐작하시다시피 이들과 파티도 하고 저녁에 차도 마시고 하며 잘 지내던 이웃의 군인들이 국가의 부름을 받아 돌변, 어쩔 수 없이 살육을 자행하게 된다.
여자와 아이들을 한 줄로 세워서 수용하기로 한 마을로 행군하면서 이들은 입에 담지 못할 잔인성을 드러낸다. 노골적으로 묘사되진 않지만 이탈자들은 발가 벗겨서 불에 태우고 참수하고... 여자는 천막으로 불러 강간한 뒤 빵조각을 던져준다. 여자가 나오면 굶주린 아이들이 그 빵을 먹기 위해 달려나오고... 이른바 전쟁 과정에서 자행되는 인간성 상실의 현장들, 살육 Massacre 의 장면들이다. 황량한 후반부의 지옥도들을 참으로 비참한 심정으로 지켜보게 된다.
그러나 이런 씬들은 요즘같이 난무하는 고어류의 적나라한 묘사를 통해서 표현되지는 않는다. 그러면서도 세계 곳곳에서 통시적으로 자행되어 왔던 인류의 피비린내 나는 살육의 역사를 깊이 돌이켜 보게 만든다는 점이 이 작품의 미덕이다.

영화의 양식은 타비아니 형제의 스타일, 즉 네오 리얼리즘과 표현주의가 적절히 결합된 연극적 프레임으로 진행이 된다. 터키 군인들이 마을로 진입하자 아르메니아인들은 아바키안 집안의 종달새 농장으로 피신하게 되는데, 군인들이 종달새 농장으로 쫓아가 그곳에 모여 있던 아르메니아 남자들을 모조리 학살한다. 그 전까지의 비교적 우아하고 양식화된 스타일 때문에 이 종달새 농장 학살 씬의 표현 수위를 전혀 짐작하지 못했는데, 단지 서너 컷만으로 엄청난 정서적 충격과 공포를 준다.

1차 대전 중 터키. 아르메니아 출신의 아바키안 집안 맏아들 아람은 동생의 귀국을 준비하며 아버지가 남긴 종달새 농장을 수리한다. 한편 막내딸 누닉은 터키군인을 사랑한다. 터키정부는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명하고, 이들은 종달새농장으로 피신한다. 타비아니 형제의 최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