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년 2월 18일, 한스와 조피 남매는 뮌헨 대학 구내에서 히틀러의 만행을 고발하고
독일 국민의 각성을 촉구하는 전단을 뿌리다 체포되었다. 곧바로 게슈타포(Gestapo: 나치 정권 하의 정치경찰)에 연행된 두 사람은 게슈타포에
잡혀 오면 원래 그렇듯 잔인한 고문과 함께 취조를 받았다. 처음엔 범행을 부인하던 그들도 돌이킬 수
없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자 남은 동지들이라도 보호할 생각으로 자신들이 모든 죄를 뒤집어쓰기로 했다. 심문이
끝나자 즉시 재판이 열렸다. 판사들이 ‘하일 히틀러!’를 외친 뒤에야 재판이 개시되는 인민법정이었다. 숄 남매와 크리스토프는
국가반역죄와 이적죄로 사형을 선고받았고, 항소 절차 없이 곧장 형장으로 옮겨져 처형되었다. 체포에서 심문, 재판, 처형까지
고작 나흘밖에 걸리지 않았다.

죽음을 앞둔 세 사형수(한스, 조피 숄 남매와 그들의 동지 크리스토프 프롭스트)의 의연한 태도에 감동한 간수들은 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셋이 마지막으로 담배를 피우며 몇 마디 말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죽음이 이렇게 간단한 줄 몰랐어.”

크리스토프는 이렇게 말하더니 두 친구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다.

“몇 분 뒤 하늘에서 만나자.”

이어 그들은 한 사람씩 사형장으로 끌려갔다. 가장 먼저 끌려간 사람은 조피였다. 그녀는 단두대까지 40여 미터를 걸어가면서 전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허리를
펴고 머리를 치켜든 것이 당당하기 그지없었다. 다음으로 형장에 도착한 한스는 단두대에 머리를 올려놓기
전에 온 감옥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소리쳤다.

“자유여,
영원하라!”